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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려시대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제작되어 온 흑자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전통과 변용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흑자는 시대를 대표하는 도자기로서 존재한 바 없기에, 일반인들에게 그저 낯선 도자기로 생각되곤 합니다만 사실, 흑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궤를 함께해오고 있습니다. 이를 방증하듯,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 1091~1153)의 『고려도경高麗圖經』,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徐有?, 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의 『오주서종五洲書種』 등 다양한 사료들에서 흑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들을 통해 ‘까마귀 오(烏)’라는 한자를 쓴 ‘오자烏瓷’나 ‘오烏’와 ‘기명器名’을 붙여 표현한 것들이 흑자를 일컫는 명칭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검을 ‘흑(黑)’자가 아닌 까마귀 ‘오(烏)’자를 사용하여 흑자를 지칭했다는 점은 흰 ‘백(白)’자를 써서 ‘백자(白磁)’를, 푸를 ‘청(靑)’자를 사용하여 ‘청자(靑磁)’라고 칭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결국, 우리는 이 사료들의 증언을 통해 단순 도자기 빛깔의 표현방식 뿐 아니라 흑자가 백자나 청자와는 다른 결의 역사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본 전시는 이러한 흑자의 특수성에 착안하여 <익숙하고도 낯선, 오烏>라는 부제로 다양하게 전개된 흑자를 소개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전시는 3부로 구성하였습니다. 1부 <검은빛으로부터>는 사료를 통해 흑자의 본질을 분석하고 흑자가 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고려시대 흑자를 소개합니다. 고려에서 자체 생산된 흑자뿐만 아니라 중국의 자주요(磁州窯), 길주요(吉州窯), 건요(建窯) 등지에서 수입된 흑자 차도구, 고려전후 부장품으로 사용된 흑자를 유물과 전시자료로 다각적으로 살펴봅니다. 2부 <까마귀를 걸친 은둔瓷>는 흑자를 까마귀를 연상시키는 ‘오자’로 지칭하게 된 배경과 도자기의 형태와 생산량이 확장되었던 조선시대 흑자를 소개합니다. 2부는 ‘모방과 쇄신’, ‘오의 빛깔’, ‘찬방의 도자기’라는 세 개의 소주제로 흑자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고, 관련된 특별영상을 통해 전시에 담긴 메시지가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3부 <빛, 변용과 계승>은 조선시대 이후부터 광복 전후까지 한반도에서 제작된 흑자의 양상뿐만 아니라 흑자의 쓰임, 유통, 이미지 등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를 소개합니다. 특히 일제강점기부터 광복이후까지, ‘칠기(漆器)’라고 불렸던 흑자를 고찰함으로서 경기도 근대도자의 주요거점이었던 ‘이천 수광리 가마’가 축조·운영되고 이천 전승도자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조명하였습니다. 이번 전시가 흑자의 뿌리부터 현재 모습까지 천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우리 선조의 삶과 함께해 온 흑자의 익숙하고도 낯선 매력과 가치를 알릴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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