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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조선백자를 너머 또 다른 백자로 확장해가는 이 시대 백자 이야기 경기생활도자미술관 대표 기획전 <한국생활도자 100인전>이 올해로 13회를 맞이했습니다. 한국생활도자 100인전은 해마다 1~2회 진행을 목표로 기획 의도에 맞는 작가를 선정해 백 명의 도예가를 릴레이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2012년을 시작으로 11년째 이어온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의 장기 프로젝트로, 미술관 정체성을 담아 도자예술의 공예적 가치와 쓰임의 미학적 가치를 100인의 작품으로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100인전 주제는 백자입니다. 한국은 조선백자라는 뿌리 깊은 백자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백자의 물질적·정신적 유산은 과거로부터 현재로 한국인의 삶에 아득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한국 도예 작가 역시 그 연장선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선백자가 지니고 있는 쓸모를 찾고 전통을 너머 다양한 시도와 실험으로 현대 백자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 여섯 분을 모셨습니다. 白磁를 너머 백자로 확장해가는 이 시대 백자의 모습을 여섯 분의 작품으로 담아내고자 합니다. 전시는 전시실마다 개인전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하나의 공간에서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집중해서 살펴보고 백자라는 주제 아래 전개되는 여러 작품을 비교하며 작품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들의 발자취를 기록하기 위해 별도의 공간에 참여 작가 인터뷰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작가마다의 인터뷰 영상은 도예 그리고 백자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들려줍니다. 작가 인터뷰 속 그들의 작업 태도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작품을 바라보면 색다른 감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인터뷰 영상은 인스타그램 @g.mocca 또는 경기도자미술관 유튜브 채널 Gyeonggi Museum of Contemporary Ceramic Art에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이승희 “경계가 없는, 결정지어지지 않은, 지시가 아닌 대화하는 작가 이승희”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은 생활도자와 조형도자 부분을 구분해서 작품을 공모했었다. 본 작품은 2001년 국제공모전을 진행 한 이후 최초로 생활도자 부문에서 선정된 대상작이다. 도자와 조각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작가는 생활과 조형의 영역을 절반씩 점유하고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도자기의 고유한 형태와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전통에서 탈피한 비대칭의 조형성을 보여준다. 나누어진 반쪽이 하나의 통일된 전체가 되고 그 결과물이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작품의 제작과정은 수많은 대립과 갈등을 안고 있는 현대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승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방이 아니라 지나가는 길과 로비 공간을 택했다. 지나가는 길처럼 붉은 대나무 숲을 지나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풍경을 담고 있다. 작가는 환했다가 어둡게 하였을 때 잠시 기다리면서 눈에서 하나씩 작품이 보이는 효과를 통해 관객에게 또는 작가에게 하나의 사건이 되길 바란다. 이기조 “청자가 유약의 맛이라면, 백자는 태토의 맛이다.” - 이기조 이기조 작가는 오랫동안 백자 작업에 매진했다. ‘이기조 백자’가 고유명사처럼 따라붙는 작가이다. 작가의 작업 유형은 조형 ‘판’ 작업과 테이블웨어 ‘기’ 작업 그리고 달항아리 세 가지로 나뉜다. 다양한 ‘기’ 작업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 컨셉은 물질과의 교감이다. 재료를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는 모든 디자인과 형태는 재료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전시장 가운데 철판에는 수백 기의 대접이 전시된다. 모두 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매번 만들 때마다 호흡과 리듬이 달라지면서 생기는 미묘한 변화가 담겨있다. 그 느낌의 차이를 감상하며 본질적인 흙의 맛과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은은한 시각적 리듬에서 오는 물질과의 교감을 통해 조선백자를, 그리고 이기조 백자를 이해하고 물질이 가지는 매력에 빠져볼 수 있다. 강민수 천변만화한 백색 그리고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선, 강민수의 달항아리” 강민수는 달항아리 작가이다. 달항아리에 전심전력을 다하여 작업을 해 나간다. 그의 작업의 핵심은 장작가마이다. 그는 색감과 형태미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장작가마를 거쳐야 아주 자연스러운 색깔과 자연스럽게 이지러진 형태가 나온다고 한다. 현대 세라믹 제품과는 다른 조선백자의 중독성 있는 신비한 색감과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안정감 있는 형태는 장작가마를 거쳐 완성되는 것이다. 작가는 또한 숙련된 기술로 인해 자연스러운 형태가 정형적인 형태로 변질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러면 다시 마음을 잡고 마음 가는 대로 작업을 하는데 그게 달항아리 선이라고 말한다. 강민수의 달항아리는 높이 60cm가 넘는 큰 기물이다.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양감이 주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백자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그의 큰 항아리는 넓은 캔버스와 같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면 그림만 보이지만 캔버스만 있으면 그 자체의 질감과 색이 잘 드러난다. 그의 백자는 인위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많은 백색을 지니고 있다. 자연스러운 형태로 인해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하나의 작품이지만 열 개의 작품인 듯한 느낌을 주는 조형물이다. 한정용 “면취(面取)과정을 통해 얻어진 선의 美” 한정용의 백자는 순도 높게 정제된 뛰어난 백색과 매끄러운 질감으로 백자 본연의 느낌이 살아있다. 작가의 백자는 면을 깎아 만든 다양한 선들이 돋보인다. 작가는 면을 치는 작업을 오래전부터 다뤄오고 있다. 물레로 성형하고 견고한 도구를 활용하여 날카롭고 매끈한 면들을 드러낸다. 조선백자에도 면을 깎아서 만든 구조물이 많다. 작가는 그때의 제작환경과 지금의 제작환경 다르기 때문에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면을 치는 행위를 했을 때 남는 것과 남길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들을 떠올리며 면을 따라 굽이 들어가거나 굽을 남기면서 본래 기능을 넘어 장식적 요소로 확장한다. 면을 깎은 수반은 굽을 높게 만들어 공간을 만들면서 굽을 부각했고, 면 따라 들어간 굽을 가진 항아리는 독특한 조형미를 나타내며 입체감이 더욱 살아있게 된다. 작가는 최근에 백자 외의 재료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요즘은 사질이 포함되거나 철분이 많이 포함된 발색이 강한 흙들을 실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자 흙과는 다른 성격의 흙이지만 백자와 뒤섞이면서 오묘한 빛깔을 내는 사발을 선보인다. 고희숙 “기술과 예술의 조화로 공예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가 고희숙” 고희숙은 슬립 캐스팅 기법 을 바탕으로 백자를 제작한다. 전통적인 물레성형이 아닌 슬립이라 불리는 자기질 흙물을 석고 틀에 부어 기를 만든다. 작가는 백자 슬립이 석고 틀 안에서 단단한 형태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 매료되어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작가의 작업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원형의 형태를 만들고, 원형의 외형을 따서 석고 틀을 만든다. 석고 틀에 슬립을 붓고 석고 표면의 슬립이 석고에 흡수될 때까지 기다린다. 원하는 두께만큼 흙이 마르면 석고 틀에 남은 슬립을 쏟아낸다. 다시 굳기를 기다린 후 응고되면 틀과 분리한다. 작가는 이러한 슬립캐스팅 제작 과정에서의 슬립이 틀 안에서 굳어 기형을 이루기까지의 과정과 시간을 물의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탈형한 기물에 다시 물을 묻혀 물레질함으로써, 물을 머금은 백자의 순간을 담아내고 작품 하나하나에 물레 선을 남기어 수공적 요소를 더해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는 시대의 기술과 방법으로 흙을 다루면서 자기 감각을 더해 진화된 백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정용 자연스럽고 순수한 백자의 본질을 질감으로 보여주는 작가 이정용 이정용 작가는 도자기의 본질은 흙에 있다고 본다. 흙 안에서부터 깊숙하게 우러나오는 것들이 우리나라 도자기에서 나타나는 구수한 멋이라 생각한다. 도예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전달하고 싶은 느낌은 흙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원하는 흙의 질감과 색감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계절이 있고 물이 풍부한 한반도에는 지역마다 다른 입자와 성분을 가진 흙이 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흙이 도자기의 재료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색과 형태를 가진 도자기가 제작되었다. 조선백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가는 7여 년간 도자 박물관에서 조선백자 가마터 발굴조사와 유물 전시를 경험한 이력이 있다. 시기별 백자의 태토와 유약의 물성 차이를 경험하면서 서로 다른 광택과 질감 표현의 영감을 얻었다. 작가가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백자의 다양한 모습을 작가만의 감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작품은 경기도 광주 퇴촌면 도수리 발굴 가마터의 도침과 갑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결과물이다. 도침과 갑발은 백자 생산에 있어 기물을 받치고 보호하는 부속 도구이다. 작가는 거친 질감의 부속 도구들이 매끈하고 하얀 백자와 대비된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그 둘이 어우러졌을 때 서로의 이질적인 질감에서 서로를 보완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한다.
참여작가 이승희 / 이기조 / 강민수/ 한정용/ 고희숙/ 이정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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